1910~1930년대 판소리 명창 녹음 선집Ⅱ (by. 진성당거사) 감상 후기 (1) └예부藝部


  ※ 음원은 지난 2011년 1월 16일, 인사동 모처에서 있었던 회동에서 뵈었던 진성당거사님께서 제공해 주신 것으로 지난해 8월에 주셨던 음원들과 구분하기 위해 판소리 명창 녹음 선집Ⅱ로 분류하였습니다. 먼저 음원을 제공해 주신 진성당거사님께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씀을 올립니다. 본 음원은 총 18개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에 대한 감상은 주제에 맞추어 몇차례에 걸쳐 비정기 연재로써 소개하려 합니다.

  요즈음의 판소리 판은 대개 보성소리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사설의 전승에서야 서편제니 동편제니, 보성제니 하지만, 실질적으로 '소리를 하는 법'은 보성소리의 발성, 호흡을 거의 그대로 따르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1960년대 이후 활약했던 명창들 가운데 대다수가 보성의 송계(松溪) 정응민(鄭應珉, 1896~1964)으로부터 사사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진정한 동편제, 진정한 서편제 소리는 이제 보성소리의 그늘 아래 숨어버리게 되었다. 결국 이러한 소리의 원형이 어떠하였는가에 대해서 우리는 1910년대 부터 남아있는 명창들의 녹음을 통해 가늠할 수 있을 뿐이다. 1910~1930년대 판소리 명창 녹음 선집의 감상 첫번째 시간으로서 이번에는 동편제 판소리의 거목 송만갑(宋萬甲, 1865~1939) 일가의 흔적을 살펴 보도록 하겠다.

  (1) 송만갑의 녹음
 
  본 선집에서 송만갑의 녹음은 1913년(49세)의 녹음 3종과 35년(71세)의 녹음 1종 등 4종이다. 수궁가 中 고고천변, 춘향가 中 사랑가, 농부가(이상 1913년 녹음), 이별가(1935년 녹음)인데, 널리 알려진 통설대로 40대 녹음에서의 목 쓰는 법과 60대 이후 녹음에서의 목 쓰는 법은 기본적인 선 - 철성 - 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고고천변 : 수궁가 가운데 한 대목으로써 단가로도 불리는 고고천변은 본래 중중모리 장단으로 짜여있다. 헌데 이 녹음에서는 다소 빠르게 짜여 있는데, 필자가 처음 이 음원을 접했을 때는 자진모리로 착각했을 정도였다. 자진모리 장단과 중중모리 장단을 번갈아 가면서 치되, 그 빠르기에서 다소 차이를 두어가며 쳐 본 결과, 이 녹음은 자진 중중모리의 고고천변이 맞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것은 3분박 4각으로 이루어진 장단에 있어서 나타나는 호남 가락의 특성이 아닌가 조심스러이 추측해 본다. 3분박 4각 12박류의 장단에 대하여 호남의 장단잽이 및 풍물잽이들은 한 몸으로 여긴다. '구분을 하되 그 속판은 같다.'는 것인데, 본 음원에서는 자진모리의 호흡을 공유하면서 중중모리의 반각, 온각을 활용하는 경우가 다소 보이고 있으므로 그리 판단하였다. 다만, 이 결론은 쉽사리 단정하기는 다소 부족하다. 그것은 소리를 하고 있는 송만갑의 호흡은 철저히 자진모리의 호흡이기 때문이다. 다른 무엇보다 12박에 딱 맞게 사설의 글자수가 짜여 있는 경우, 그는 제 10~12박까지의 호흡을 자주 짧게 끊는데, 다른 녹음에서 볼 수 있듯 그의 호흡이 특별히 짧은 것도 아니고, 중중모리의 여유있는 호흡보다는 자진모리의 호흡에 더 가까운 느낌이다. 성음은 철성에 기교 없이 뽑아 내는 통성 발성을 기반에 두고 있어서 매우 힘있는 소리다. 조를 따져보면 다소 우조 같은 느낌이 있는데, 간간히 평조의 조성도 보인다. 기존 고고천변이 평-우조, 혹은 평조와 계면조를 적절히 배합하여 구성된 것에 비교하면 특이하다.

  사랑가 : 고수관의 사랑가라고 밝히고 있는데, 이것은 흔히 요즘 불리는 자진사랑가를 말한다. 장단은 자진 중중모리, 목은 염계달이 창시했다는 추천목이다. 이 대목은 송만갑이 밝힌 대로 고수관의 더늠이며, 고수관은 염계달의 추천목으로 이 대목을 불러 큰 사랑을 받은 바 있다. 이 음원 역시 철성으로 되어 있지만, 고수관을 따라하였음인지 비음이 섞여 있다. 지금의 춘향가 자진 사랑가 대목은 그저 추천목의 선율로 아기자기하고 화평하게만 부르지만, 본래 자진사랑가의 모습이 어떠했는지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아닌가 한다. 장단은 자진 중중모리인데 앞선 고고천변 대목과 비교하면 조금 느린 호흡의 중중모리 호흡을 기본으로 삼고 있으며, 고수의 호흡과 소리꾼의 호흡이 일치한다. 다만, 중중모리 류의 장단 치고는 반각과 온각의 쓰임이 헐하게 되어 있는데, 특이한 점이라 할 수 있겠다.

  농부가 : 농부가는 송만갑의 장기로 손꼽히는 대목 가운데 하나다. 이 소리가 누구의 더늠인지는 여러가지 설이 많은 것으로 안다. 故 박동진은 이 대목을 동편제 명창 박기홍이 짜 넣은 것이라고 하지만, 그의 증언 이외에 박기홍이 이 대목을 짜 넣었다는 근거는 없는 실정이며, 『조선창극사』의 기록에는 비계열인 황해천과 동편의 송만갑을 꼽고 있다. 무튼, 송만갑은 이 대목을 더늠으로 삼은 대표적인 명창으로 손꼽히고 있는 만큼, 본 음원 역시 상당히 완성도 높은 소리를 보여주고 있다. 본래 작곡능력과 변통능력이 최고였다는 송만갑의 특질적인 면도 아마 충분히 발휘되고 있지 않은가 한다. 역시 철성의 성음으로 평조길을 소리길로 삼아 화평한 느낌이 강한 대목이며, 장단은 특이하게도 굿거리와 유사한 느낌이 있는데, 더욱 연구해 보아야 할 것이 아닌가 한다.

  이별가 : 중모리 장단으로 불렸을 것으로 보이는 이별가는 이 음원에서 만큼은 단중모리에 가까운 장단형태 위에 얹어 있다. 지난번 이동백의 이별가에 나오는 시상청의 절규에 가까운 고음을 듣고 들어서인지 다소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송만갑이 기본으로 사용하고 있는 철성의 성음이 애원성 짙은 춘향의 말을 한층 애조띄게 그리고 있다. 이 녹음은 40대 때의 녹음이나 60대 때의 녹음과 비교하여 보면 육성으로써의 철성은 다소 낮게 청이 잡혀 있다. 그러나 전체적인 청은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다른 무엇보다 상청 소리가 기존의 철성에서 쭉 뽑아내는 소리와는 다소 차이가 있고, 후두부가 더욱 더 강하게 죄어진 소리가 나타나고 있는데, 故 정광수 명창이 유명하였던 덜미성과 유사한 흔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본래 상청을 내기 위해서는 후두부를 더욱 강하게 조여서 소리의 공명이 새어나가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찢어진다는 느낌이 있을만큼 강하게 죄고 있으므로 철성을 통성으로 쭉 뽑아내는 그런 느낌과는 조금 다르다. 70대의 송만갑이 보여주는 소리는 젊었을 때와 비교해 성음은 같지만 발성법이 조금 달리 나타나는 듯 해 60대까지 유지되었던 힘이 퇴조한 것인지, 아니면 송만갑이 의도적으로 점차 통속성을 가미한 것인지 깊이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라 역시 조금 더 들어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 1910~1930년대 판소리 명창 녹음 선집Ⅱ (by. 진성당거사) 감상 후기 (1) 終
  차회 예고 : 송만갑의 제자들 - 송기덕, 장판개, 김정문, 박중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