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문화를 '만족'의 관점에서 접근할 때, 우리는 '극우'가 된다. 결국 이 '만족'의 관점을 어떤 방식으로, 어느 정도까지 탈피하느냐에 따라서 그 사람이 학자가 될 수 있는지, 없는지-가 결정된다는 느낌이 든다. 문제는 그 빠져나가는 과정은 오로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것일 것이다. 타인이 내 '만족의 영역'을 건드릴 때, 우리는 누구나 반발하기 때문이다. 논의의 정당성이고 뭐고- 그런거 없이 그저 "왜 내 만족을 건드리냐"에서 시작된 아주 저열한 인신공격만이 시작된다는 얘기다.
그것은 한때 환단고기에 빠져있던 나도 그러하였고 지금 유사역사학-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 이들 대부분이 그러하다.
덕분에 스스로 깨닫기까지 조언자는 오직 '이러하다더라.'를 전달하는 역할 외엔 무력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별 수 없이, 내가 할 수 있는말은 이것이다. 당신네들의 논리에서 '대한민국'이라는 주체를, 혹은 '고구려'라는 주체를, '고조선'이라는 주체를, '단군'이라는 주체를- 일본과 일본의 신들로 채워넣어봐라. 더 나아가 당신들의 논의에서 '한민족'이라는 단어를 '게르만'으로 바꿔봐라. 얼마나 군국주의 시절의 일본, 나치 시절의 독일과 소름끼치도록 유사한 소리들이 재탕되는지.
'사람의 기록'이 바로 역사이고 '사람의 흔적'이 바로 문화다. 그 기록과 흔적에는 어떠한 원류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삶'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하여 그것은 오직 '삶'의 총체일 뿐이지 '어디서부터 비롯된, 어디에 원류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내가 부모에게 나왔다고 해서 내 삶이, 내 역사가 '부모'의 역사가 되지 않는 것처럼.
(언젠가 나의 이 논의는 더욱 심화 될 것이다. 역사학이라기 보다는 역사 철학-에 가까운 얘기라고 생각하지만, 이 논의를 끝내지 않고는 우리는 앞으로도 수십년, '민족 자긍심'과 '사실'이라는 지극히 허상적인 주제를 두고 싸움질을 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덧글
우리는 개인으로 모욕당한 것이 아니라 조선인 무리로 모욕 당했죠.
이 때문에 민족주의는 서구의 발명품일지 모르나 민족이 우리에게 기능하고 있음은 현재하는 사실이죠.
환빠는 이런 민족적 모욕에 대한 극단적인 반작용 같습니다.
17세기 프랑스 역사학자인 불렝빌리에는 역사학을 통해 귀족의 권리를 주장합니다.
다른 말로 역사가 권리라는 주장이죠.
예를 들면 독도가 우리 것이라는 것은 우리가 먼저 발견하고 영유해 왔다는 역사적 근거에 의해 정당화가 가능해집니다.
이런 의미에서 의도적으로 사료를 왜곡, 과장하지 않는한 민족 사학의 시도는 전혀 무의미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