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문화를 '만족'의 관점에서 접근하지 말라. └사부史部

  역사와 문화를 '만족'의 관점에서 접근할 때, 우리는 '극우'가 된다. 결국 이 '만족'의 관점을 어떤 방식으로, 어느 정도까지 탈피하느냐에 따라서 그 사람이 학자가 될 수 있는지, 없는지-가 결정된다는 느낌이 든다. 문제는 그 빠져나가는 과정은 오로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것일 것이다. 타인이 내 '만족의 영역'을 건드릴 때, 우리는 누구나 반발하기 때문이다. 논의의 정당성이고 뭐고- 그런거 없이 그저 "왜 내 만족을 건드리냐"에서 시작된 아주 저열한 인신공격만이 시작된다는 얘기다. 

  그것은 한때 환단고기에 빠져있던 나도 그러하였고 지금 유사역사학-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 이들 대부분이 그러하다. 

  덕분에 스스로 깨닫기까지 조언자는 오직 '이러하다더라.'를 전달하는 역할 외엔 무력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별 수 없이, 내가 할 수 있는말은 이것이다. 당신네들의 논리에서 '대한민국'이라는 주체를, 혹은 '고구려'라는 주체를, '고조선'이라는 주체를, '단군'이라는 주체를- 일본과 일본의 신들로 채워넣어봐라. 더 나아가 당신들의 논의에서 '한민족'이라는 단어를 '게르만'으로 바꿔봐라. 얼마나 군국주의 시절의 일본, 나치 시절의 독일과 소름끼치도록 유사한 소리들이 재탕되는지. 

  '사람의 기록'이 바로 역사이고 '사람의 흔적'이 바로 문화다. 그 기록과 흔적에는 어떠한 원류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삶'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하여 그것은 오직 '삶'의 총체일 뿐이지 '어디서부터 비롯된, 어디에 원류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내가 부모에게 나왔다고 해서 내 삶이, 내 역사가 '부모'의 역사가 되지 않는 것처럼.

  (언젠가 나의 이 논의는 더욱 심화 될 것이다. 역사학이라기 보다는 역사 철학-에 가까운 얘기라고 생각하지만, 이 논의를 끝내지 않고는 우리는 앞으로도 수십년, '민족 자긍심'과 '사실'이라는 지극히 허상적인 주제를 두고 싸움질을 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덧글

  • 셔먼 2012/12/27 03:26 #

    옳으신 말씀입니다. 언뜻 보면 완벽히 보이는 역사의 한 부분도 한편으로는 비판받아야 할 부분이 많을 테니까요.
  • 푸른화염 2012/12/27 03:30 #

    그걸 의도적으로 '만족'의 틀에 덧씌울 때,(저는 이 '만족'이라는 말의 스펙트럼을 좀 넓게 봅니다.) 정말 20세기 초에 유행했던 갖가지 '왜곡'들이 등장하는 것이겠지요.
  • 초록불 2012/12/27 08:18 #

    쉽지 않은 주제입니다. 좋은 성과 있기를 기원합니다.
  • 푸른화염 2012/12/27 16:30 #

    초록불//감사합니다.^^ 사실 '환까'의 세계에 입문한 것이 악질식민빠님의 블로그를 통해서-엿다면, 초록불님의 블로그와 '만들어진 한국사'를 통해서 조금 더 이성적인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 터-라 개인적으로나마 참으로 감사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 야스페르츠 2012/12/27 09:42 #

    인간이 객관을 추구한 역사가 그토록 오래이건만... 여전히 힘든 일이죠. 사족이지만 만족을 민족으로 잘못 읽었다는...ㅠㅠ
  • 푸른화염 2012/12/27 16:30 #

    에.. 이게 페북에도 쓰고 제 네이버 본진에도 쓴건데.. 옮기는 과정에서 저도 동일한 실수릅 범했습니ㄷ...(먼산)
  • 零丁洋 2012/12/27 10:28 #

    우리 근대에서 외세는 우리를 개인으로 취급하지 않고 조선인으로 취급했죠.
    우리는 개인으로 모욕당한 것이 아니라 조선인 무리로 모욕 당했죠.
    이 때문에 민족주의는 서구의 발명품일지 모르나 민족이 우리에게 기능하고 있음은 현재하는 사실이죠.

    환빠는 이런 민족적 모욕에 대한 극단적인 반작용 같습니다.

    17세기 프랑스 역사학자인 불렝빌리에는 역사학을 통해 귀족의 권리를 주장합니다.
    다른 말로 역사가 권리라는 주장이죠.
    예를 들면 독도가 우리 것이라는 것은 우리가 먼저 발견하고 영유해 왔다는 역사적 근거에 의해 정당화가 가능해집니다.

    이런 의미에서 의도적으로 사료를 왜곡, 과장하지 않는한 민족 사학의 시도는 전혀 무의미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 푸른화염 2012/12/27 16:31 #

    물론, '의도적 왜곡, 과장'이 아니라면 그것도 하나의 '관점'이라고 할 수는 있겟지요. 다만, 그러한 관점 조차도 '왜곡과 과장'이 아니면 '식민사학'으로 매도당하는 현실이라는게 문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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