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223 축음기 콘서트 후기 비망록備忘錄


  오래간만의 회동 후기입니다.

  오늘 서울 경희대 앞 콘체르토 카페에서 진성당거사님이 주최하신 축음기 콘서트가 있었습니다. 평소에 SP음반에 조예가 깊으신 진성당거사님께서 보유하고 계신 귀중한 자료를 직접 원음으로 청취할 수 있게끔 해 주셨습니다. 이 글을 빌어 다시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제가 영 기억력이 비루하기도 하고 듣는데 집중하다보니 오늘 들은 곡이나 연주자 등을 전체 다 쭉 적기는 어렵습니다. 우선 기억나는 대로 적겠습니다.^^

  원 약속 시간보다 약 10여분 먼저 도착했습니다. 부끄럽게도 진성당거사님과 회동을 하게 되면 늘 늦었던 터라 평소보다 일찍 나왔더니 좀 낫더군요. 들어가니 막 도착하셔서 준비에 바쁘시더군요. 제가 도착하고 얼마 안있다가 바로 숲속라키님(.. 이 닉네임이 맞으셨던가요? 제가 기억력이 형편 없어서리...)이 도착하셨고, 뒤 이어서 행인1님이 도착하셨습니다. 테스트용으로 틀으셨던 음반을 듣고 뒤이어 요하네스 브람스(Johannes Brahms, 1833~1897)가 녹음안 피아노 연주를 들었습니다.(제 기억력이 원체 비루하여 자세한 곡목은 기억할 수 없습니다. ㅠㅠ) 이 연주는 개인적으로 전에 진성당거사님과 몇번 답사를 갔을 때 얻어 들은 적이 있었는데, 확실히 원반이 많이 상한 티가 많이 났습니다. 본래 에디슨 축음기, 그러니까 실린더 형태의 매체에 녹음된 것으로서 개인적으로 주워듣기로는 실린더 형 치고 제대로 남아 있는 음원이 없다고 들었는데 그 악명을 여실히(...) 들었습니다만, 저 개인적으로는 무려 '브람스'가 본인의 곡을 스스로 연주하는 걸 듣다니 오오!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그 뒤로 들었던 것이 하나 있었고,(편의상 A, 기억이.. ㅠㅠ)제대로 정식으로 듣기 시작한것은 바리톤 마티아 바티스티니(Mattia Battistini, 1856~1928)가 부른 돈죠반니의 아리아였습니다. 그 다음으로 전설적인 테너 엔리코 카루소(Enrico Caruso, 1873~1921)였습니다. 창법 차이를 아주 잘 느낄 수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1900년대를 기점으로 성악에서는 발성법, 기악에서는 주법이 크게 변화하게 됩니다. 성악은 더 드라마틱하고 소리를 죄어서 피치를 아주 높게 치고 올리는 발성을, 기악은 거의 사용되지 않던 비브라토를 사용하는- 그런 변화 말이지요. 성악에 있어서 카루소는 바로 그 '소리를 죄어서 피치를 아주 높이 치고 올리는 드라마틱한 발성'의 선구자라고 할만합니다. 반면 그 이전의 성악가인 A바티스티니는 발성이 굉장히 편안했달까요. 드라마틱하게 치고 가는 느낌이 없어서 자칫 밋밋하게 들릴 정도입니다.(제 기억이 맞다면 이 음원도 전에 얻어들은 적이 있었던 것으로...)

  이 두 녹음을 들으면서 진성당거사님 曰 "시기의 녹음은 스튜디오라는 개념이 없었을 때라 녹음기구를 들고 호텔방으로 찾아가서 거기서 녹음을 했다." 옛날 녹음 기계들이 결코 작은 부피였을리는 없고 그 무거운걸 들고 ㅎㄷㄷㄷㄷ 호텔방 녹음 에피는 저도 오늘 처음 들었습니다. ㅎㅎ

  순번이 좀 헛갈리기는 하는데 카루소와 함께 프란체스코 타마뇨(Francesco Tamagno, 1850~1905)의 녹음이었습니다. 카루소 직전 시대의 전설적 테너-라고 하지요. 이 음반은 타마뇨가 은퇴하고 노래를 쉬다가 (제가 찾은 정보에 의하면 카루소의 녹음이 절찬리의 인기를 끌자 부랴부랴 녹음을 한 것-이라고 합니다.) 녹음한 겁니다. 거기에 진성당거사님께 듣기로는 당시 타마뇨는 심장병 환자였다고 하는데 그 성량이 그야말로 끝내줍니다. 카루소보다 목을 죄어서 발성하는 것 같진 않았습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발성 자체는 편안하게 들리고, 음색 자체가 본래부터 맑고 깨끗한 느낌입니다.

  진성당거사님 曰 타마뇨는 녹음사상 최초의 로열티 제도를 만든(?) 장본인이라고 하더군요. 원체 돈독이 오른 양반이라 음반 수익의 일부가 그에게로 돌아가게끔 한 것이지요. 그때 이후로 로열티를 받은 이들이 많았다-라는.

  이 외에 소프라노 한 사람의 음반도 들었었는데, 그리고 성악에서는 마지막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스페인 출신의 소프라노 콘치타 수페르비아(Conchita Supervia, 1895~1936)의 녹음이었습니다. 굉장히 비브라토가 많이 들어간 발성이 인상적이었던 것 외에는 기억이 가물 하네요.a 들은지 얼마나 되었다고 그걸 다 까먹는지 참... 이렇게 성악곡들을 듣고 있던 와중에 rumic71님도 오셨습니다.

  뒤이어서는 기악을 들었습니다. 초기 녹음에서는 녹음 시설이 기악의 저음역대와 고음역대를 잡아내지 못했기 때문에 기악 녹음은 잘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물론, 그 가운데에도 간간히 녹음은 했었기 때문에 사리사테가 직접 연주한 지고이네르바이젠 녹음과 같은 것도 남아 있기는 합니다. 오늘 사리사테의 연주로 지고이네르바이젠도 들었는데, 기교 자체도 요즘의 기교와 차이가 있다는 느낌입니다. 속도감고 있고요. 다만, 고음부와 저음부가 상당히 미세하게 들리는 것이 진성당거사님이 말씀하신 녹음 기술의 한계를 여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나마 독주곡은 이렇게 녹음이라도 되었던듯 한에 오케스트라곡은 많이 녹음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랬던 것이 1920년대 이후, 마이크가 활용되면서 많이 녹음되기 시작했고, 기술이 지속적으로 발달하여 그 결과 오케스트라 녹음의 가청범위는 1927년 경에 지금과 거의 동일하게 확대되었다고 합니다.

  여튼, 20년대의 기악 녹음 가운데에서는 스토코프스키의 녹음과 토스카니니의 녹음이 기억납니다.(무책임...ㅠㅠ)

  번외로 숲속라키님이 갖고 오신 음반도 들을 수 있었는데요 권명학의 회심곡이었습니다. 저는 이 음반의 연대를 확인할 길이 없어서 다른 분의 후기를 통해 볼 수 있으리라 생각되어 일단 넘어갑니다. 일제 때 회심곡 녹음-이라면 역시 권명학과 하룡남을 들 수 있다고 배웠습니다. 사실 하룡남은 본래 범패로 더 유명했던 인물이고 회심곡으로 회자된 경우는 잘 알지 못하겠는데, 권명학은 회심곡으로 굉장히 유명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권명학은 성음이 탁한데,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서인지 소리를 강제로 끌어 눕혀서 낸다고 묘사할만한 발성을 사용합니다. 조금 더 죄어져 있는 느낌도 강하고요. 하룡남이나 요즈음의 회심곡 창자들이 소리를 둥글게 세워서 흘린다면 권명학은 소리를 강제로 눕혀서 끕니다.

  이 정도까지 듣고 장소에 다른 손님들이 오게되어서 오디오와 관련된 여러가지 잡담을 하다가 식사하러 잠시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서는 각종 드립과 난상토론이 이어졌지요. 요사이 제 상황이 상황이라서 저는 주로 학문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었습니다.

  요사이 답답한 일이 많았는데 이 자리를 통해서 조금 숨이 트인 것 같습니다. 이런 자리를 마련해주신 진성당거사님께 깊은 감사의 뜻을 표합니다.^^ 이만 두서없는 후기를 줄입니다. 음악감상회였으므로 음악밸리로 발행합니다.

덧글

  • 진성당거사 2013/02/23 22:52 #

    카루소의 음반을 듣기 전에 바리톤 마티아 바티스티니 (Mattia Battistini, 1856 ~ 1928)가 부른 돈 죠반니 아리아를 들었고, 이름을 적지 못하신 (?) 소프라노는 스페인 출신의 콘치타 수페르비아 (Conchita Supervia, 1895 ~ 1936)였습니다. 참고하세요.

    가져온 음반은 참 많은데 시간과 장소 관계상 다 듣지 못한것이 아쉽습니다. 다음번에는 좀더 나은 장소에서 좀더 멀쩡히 진행하고 싶습니다. 모처럼 회동에 와 주셔서 그저 감사드릴 따름입니다.
  • 푸른화염 2013/02/23 23:14 #

    이렇게 보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청해주십시오. 만사 제쳐놓고 가겠습니다. :)
  • 숲속라키 2013/02/24 13:02 #

    회심곡이 원래 더 있는데, 음반 상태는 괜찮지만 금이 가고, 게다가 5, 6면밖에 없다는 점이 굉장히 아쉬웠습니다.

    아울러 제 닉네임 기억해 주신 점 감사드립니다.
    진성당거사 님이 다음에 또 콘서트 여실 때는 음반을 좀 더 갖고 와야 겠습니다^^
  • 푸른화염 2013/02/25 22:28 #

    감사합니다.^^ 원 가져오신 것만으로도 제게는 견문을 넓힐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추후에 또 뵈올 수 있기를 앙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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