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301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관람 후기


  들어가기 전 세글자 요약 : 엉터리.

  오늘, 3.1절을 기념해서 진성당거사님의 주최로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답사가 있었습니다. 날이 추워서 본래 예정되어 있었던 후속 답사인 창덕궁-창경궁 일원 답사를 하지 못한 것이 퍽 아쉽습니다. 여하간- 사실 박물관에 들어가기 전, 이미 박물관 취지나 컨셉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익히 예상하고 있었던 터라 컨셉 면에서 그렇게 놀랄만한 것은 없었습니다. 말이야 '멘붕의 답사다!'하고 다녔지만, 실질적으로 저 자신은 그 컨셉 때문에 멘불을 겪진 않은 것 같아요. 다른 무엇보다 일베충과 골수 맑시스트의 성향을 함께 갖고 있는 친구가 주변에 있는 터라 그런 컨셉 따위 그저 넘길 수 있었지요.(야)

  그러나, 그 내용과 전시의 내실에 대해서 알게되고는 엄청난 멘붕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이 나라는 '역사'라는 것이 일제강점기 이전에만 있었다-고 존재하는 것인지, 아니 요즘엔 좀 더 연대를 늦춰서 해방 이전에만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건물에 대한 설명은 없더군요. 그 자리가 본래 정부정사자리로 필리핀이 지어준 건물이라는 것 정도는 앞에 표지석을 만들어 줄 수 있는 것 아닌가- 싶데요. 사실 관련해서 작년 초가을 경에 이순우 우리문화재자료연구소 소장이 주최했던 답사도 다녀 왔었지만, 상당히 이력이 복잡해서 지금도 퍽 기억이 쉽지 않은데요- 이래저래 그런게 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여하간, 이런 감상을 느낄 새도 없이 들어간 전시실은 처음 사진자료가 곁들여진 연표부터 가열찬 디스의 대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캡션이 죄다 개판이었지요. 그 뿐인가요? 전시실 첫번째 장을 보는 동안 한 대여섯개의 장은 보았겠다- 싶을 정도로 아스트랄한 오류의 향연이었습니다. 가령 1887년(... 이 맞았던가요?)의 책들이라고 소개해 놓고는 그때 책은 딱 1권 가져다 놓는 센스라거나 그냥 A4용지에 뜬게 분명한 조악한 복사본들, 사진들은 인용과 복사를 여러번 거친 것을 확대해서 JPG확대시의 계단식 윤곽선이 그대로 보이는 참상에 당장 같은 사진인데 캡션이 달라진다거나 하는 그런 것들이요.

  그 뿐인가요? 만평자료를 인용한 입체형 패널(?)은 가장 중요한 부분을 잘라먹고 있지 않으면, 뻔히 보이는 '조견일로전사지도' 제목을 두고서도 '러일전쟁상황도'라고 써 놓은 경우, 사진 자체도 해독을 못하고- 총체적 난국이었습니다. 그 와중에 뮤지엄샵이 있는데 여긴 그냥 국중박과 똑같다고...

  다른 무엇보다 무려 '박물관'인데 학예사가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때문에 기증된 자료의 전시는 '기증자의 기억에 따라 배치 및 설명'되고 있었다는 거죠. 기증자가 전부 역사학자도 아니고, 사실관계에 있어서의 오류야 누구던 있을 수 있는데 그걸 비판해 줄 학예사가 없는 박물관이라는게 참…. 물론, 현대사는 이제 연구자가 제대로 나오기 시작하는 입장이니 오죽하겠습니까마는, 우리 학계에는 이미 문헌사만 하는 이들이 판을 치는 형국이라는 걸 생각하면 이래저래 뒷목 잡겠더군요.

  이후에는 밥자리와 찻자리를 겸한 난상토론의 장이 벌어졌습니다. 저는 난상토론까지 참여했다가 요 며칠간의 논스톱 일정으로 인해서 도저히 못버티고 자리를 먼저 떴습니다. 이제사 몸이 추스러지네요. 잊어버리기 전에 얼른 적은 겁니다.

  오늘 처음 뵈었던 월광토끼 님, 부여님
  오래간만에 존안을 뵐 수 있었던 야스페르츠 님, hyjoon 님, 누군가의 친구 님
  조금 늦게 합류하시어 다행히 멘붕의 장을 겪지 않으신 행인1 님
  마지막으로 모임의 주최차셨던 진성당거사 님까지- 모두 만나뵈어서 반가웠고
  이런 저런 얘기를 통해서 또한 많이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덧글

  • hyjoon 2013/03/02 09:17 #

    복제품을 놓더라도 성의있게 가져다 놓지 라는 생각이 들 줄은 몰랐습니다. ㅡ.ㅡ
  • 푸른화염 2013/03/02 13:35 #

    그러게나 말입니다 ㅠㅠ
  • 객관적진리추구 2013/08/19 13:23 #

    헛! 나도 가고 싶었는데 요즘 활동을 안해서.......ㅠㅠ (뒷북)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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